지난 몇년간 계속된 코로나사태로 일선약국에서 근무하는 네로약사는 정말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들었다. 코로나 초기에는 마스크와 손소독제 품귀현상으로 하루하루 살얼음판이었고,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관련업무도 많이 늘어났지만 정작 내 몸과 정신상태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그렇게 2~3년 스트레스를 받으며 지내다 보니 수면의 질도 많이 안좋아지고 기분도 우울해졌다. 또 업무 특성상 코로나환자와 직접 접촉을 하다보니 결국 나도 코로나에 걸리게 되었고 극심한 인후통과 후각상실로 괴로움을 겪었다. 코로나에 걸린뒤 완치되었지만 몸이 굉장히 피곤하였다. 운동과 식이요법에 신경을 쓴다해도 피로회복속도가 옛날보다 더뎌진듯했다. 그래서 큰 맘 먹고 그동안 비싸서 쳐다보기만했던 공진단을 과감하게 한번 먹어보기로 한 것이다.
약국에서 보약개념으로 판매하는 것은 크게 3가지다.
가장 비싼것이 공진단이고, 그다음은 태반제품, 그다음은 경옥고라고 보면 된다. 경옥고는 남녀노소 할것없이 몸의 기혈을 복돋아주는 종합영양제라고 생각하면 된다. 태반은 성장인자가 풍부해서 출산후의 여성분들이나 호르몬변화로 불편함이 있는 중년여성에게 좋다. 공진단은 그럼 누구한테 좋은가?
바로 정신적인 스트레스때문에 몸과 마음이 다 힘든 사람에게 좋다. 공진단은 원나라때의 의사인 위역림이 창안한 처방인데, 한의학적 개념에서 접근하면 기를 보하고 막힌곳을 뚫어주는 개념의 약이다. 이 약의 키포인트는 녹용과 사향이다. 녹용은 많이들 드시는것 같은데 사향은 정말 정말 비싼 약재라 구경하기 힘들다. 특히 사향은 국제적으로 멸종위기종인 사향노루의 분비선을 채취하여 만드는데, 유통과 수입이 엄격하게 규제를 받는다. 기절한 사람 깨우는데 특효라고 알려진 우황청심원도 원래는 사향을 이용해서 만들지만 사향가격이 엄청나게 올라 요새는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영묘향이라는 동물의 것을 이용한다. 효과는 별 차이가 없다.
사향대신 침향을 쓰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침향은 침향목이라는 나무를 이용한 것으로 사향과는 다르다. 침향환이나 침향을 이용한 공진단은 원래 의미의 공진단과 다르기 때문에 그 효과는 알 수 없다.
어쨌든 이런저런 일을 겪고 피폐해진 내 몸과 정신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과감하게 공진단을 주문해서 먹어보았다. 지금부터 복용후기를 자세히 써보려한다.
내가 먹은 공진단은 한풍제약의 공진단제품이다.
한풍제약은 업력이 꽤 오래된 한방약 전문회사이다. 약국에서는 나름 명성과 권위가 있고, 품질 또한 좋아 한방과립제를 주로 하시는 약사님들이 믿고 쓰는 제약회사다.
처방의 구성은 기를 복돋아주는 인삼과 피를 만들어주는 당귀와 숙지황, 그리고 그것을 활발히 돌려주는 산수유, 이 약의 키포인트 녹용과 사향으로 이루어져있다. 나는 원래 인삼을 먹으면 머리가 아프고 얼굴이 벌개지는 체질인데 이 약에도 인삼이 들어있어 혹시 부작용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별 문제는 없었다.
10환이 들어있고, 하나의 환마다 금박이 싸진 상태이다. 진짜 금이다. 금은 사람이 먹어도 된다. 고급요리나 아이스크림에 금박을 떼서 올려놓는 경우도 있다. 금박으로 코팅되어 있으니 보기에도 정말 고급스러운 약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진단은 원래 3알씩 하루 3번 먹는약이다. 그렇게 증상이 좋아질때까지 계속 먹는데, 아시다시피 약값이 상당히 비싸다. 10환짜리가 판매가가 보통 50~60만원정도이니 한알에 5~6만원정도다. 3알을 한번에 먹는다면 1회용량에 거의 20만원이 들어간다.
그래서 보통 이 약을 구매하시는 분들께는 하루 2번 복용하도록 권한다. 어디 심하게 아픈 경우가 아니고 피로회복이나 체질 개선의 목적으로는 이 정도가 좋은 듯 하다. 하루 한 번 복용하는 경우라면, 자기전에 먹는게 좋다고 말씀드린다. 특히 식전에 복용하는게 좋다. 아무래도 안에 들어있는 강렬한 성격의 약재가 음식과 만나면 그만큼 효과가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이 약을 하루 3번 먹는 것으로 정하고 한알씩 기상직후, 점심시간(식사는 안함), 저녁 식전으로 세 번씩 복용하였다. 한 입 베어무는 순간 강렬한 녹용과 인삼, 사향의 향이 코를 찔렀다. 맛은 그렇게 쓰지는 않았으며 다 먹고 난 뒤에도 진한 사향의 향때문에 트림을 하거나 숨을 쉬거나 할때도 향이 나왔다. 먹을때 사탕먹듯이 침으로 녹여서 우리 몸에 흡수가 잘 되도록 천천히 씹어 넘기는것이 좋겠다. 다 먹고 물은 마시지 않는게 좋다.
하루 3알씩 3일정도 복용해 보았다. 복용후,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1. 피곤함은 확실히 덜 한듯 하다.
머리가 좀 맑아진 느낌이다. 낮에 운동을 할때도 힘이 좀 나는 듯하다. 혈압이나 혈당수치는 정상이다.
2. 스트레스 상황에도 뭔가 담대해지는 느낌이다. (이건 확실함)
옛날같으면 화가 나고 짜증이 났을 타이밍인데도 좀 부드럽게 넘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3. 잠을 잘 자게 되었다.
아마 피곤함이 덜하고 스트레스를 덜 받으니 신경이 안정되어 수면 사이클이 정상화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4. 소화기능이나 배변기능에는 문제가 없었다.
5. 얼굴색깔이 좀 밝아진 듯 하다.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생각이다.)
약 3일하고 한 번의 복용인데 이정도의 효과라면, 보름이나 한달정도면 정말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약사인 나도 워낙 고가의 약이라 그렇게 까지는 못할 것 같고 10년에 한번정도 나에게 주는 선물개념으로 먹어보려고 한다. 이번에 공진단을 주문하면서 애 키우느라 힘들었을 와이프에게는 태반을, 한참 성장기인 우리 아들에게는 경옥고를 선물해주었다. 두명 다 열심히 먹고 있는데 와이프는 태반제제를 먹고나니 눈이 좀 잘보인다고 하고, 아들은 여전히 건강하게 학교생활을 잘 하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보약도 건강할때 먹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몸에 이상신호가 오기전에 미리 미리 막힌곳을 뚫어주고,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는 보약을 먹어주면 몸은 다시 균형을 잡고 항상성을 잘 유지할 것이다. 비단 보약 뿐만이겠는가? 운동도 건강할때 해야 하고, 영양제도 평소에 미리미리 복용하면 좋다. 몸에 좋은 음식도 건강할때 즐겨 먹어야 큰 병을 예방할 수 있는 법이다. 건강의 비결은 이렇듯 단순하다.
이번에 이렇게 공진단을 한번 먹어보았는데 약 10일이 지난 지금도 컨디션이 좋다. 원래 크게 아픈 곳이 없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사실 크게 드라마틱한 효과는 보지 못하였다. 그러나 지난 몇년간 고생한 나에게 선사한 작은 선물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다. 700년전, 중국의 한 의사가 황제에게 올리기 위해 만든 귀한 약제인 이 공진단. 평소에 스트레스 많이 받고 심장에 문제가 있는 피곤에 찌든 분들이라면 한번 권해보고 싶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증상에 맞는다면 비싼 가격만큼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글이 공진단복용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신 분들의 궁금증해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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