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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질 수술 후기 (feat, 진주 항외과)

행복한 삶

by 네로 약사 2022. 2. 9.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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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가운데가 뚫려서 쓰라린 항문을 보호해주는 도우넛모양의 치질방석을 깔고 앉아 이 글을 쓴다. 4일전에 진주 항외과에서 2박 3일 입원을 해서 수술하고 퇴원한 뒤, 몇일동안 정신을 못차리다가 이제서야 그간의 내 경험을 정리해서 포스팅을 해보려 하니 치질수술에 관심있는 분들은 한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다.

 


 

나는 약국을 하는 약사인데, 아무래도 하루종일 서서 일하다 보니 치질에 걸리기 쉬운 환경이다. 수술과 의사들이나 운전을 업으로 삼으시는 분들, 자전거를 많이 타시는 분들은 항문에 압력이 지속적으로 가해지면서 항문이 점점 부어오르고 변비가 와서 힘을 주는 행동을 계속 하다보면 결국 치질로 진행이 된다. 치질이 초기라면 사실 좌욕만 열심히해주고 가끔 연고좀 발라주고 하면 다시 들어간다. 또는 정맥혈관을 튼튼하게 해주는 플라보노이드성분의 생약제제를 복용해도 초기 치질은 치료가 잘 된다. 그런데 치료를 제대로 안하고 방치하게 되면 결국 3~4기의 만성 치질이 된다. 항문쪽에 뭔가가 튀어나와 대변을 볼때마다 피가 나고 통증이 심하다. 이때문에 생활의 질이 엄청나게 저하되고 하고싶은 것, 먹고 싶은것도 제대로 못하는 삶을 살게 된다. 

 

 

내 경우는 만성치열로 인해 피부꼬리가 2~3개 생겨난 경우이다. 치질은 하나의 병증을 가리키는 말이 아닌, 항문쪽에 생긴 정맥질환을 통칭하는 것이다. 치질과 변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네로약사가 이전에 작성해놓은 귀한 포스팅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2021.05.05 - [건강한 삶] - 치질 자가 치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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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7 - [건강한 삶] - 변비 해결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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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도 치질을 관리한다고 했는데, 계속 서있어야 하는 직업특성과 자주 반복되는 변비증세로 인해 항문구멍이 좁아지고 항문입구가 자꾸 찢어지는 만성 치열이 생겨버렸다. 이게 거의 8~9년간 반복되었는데 결국 치열때문에 췌피(피부꼬리)가 몇개 생겨나 안그래도 좁은 항문입구를 막아 점점 변보기 힘들고 또 힘을 주니 항문이 찢어지는 악순환이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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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은 참을 수 없어, 수술을 진행하고자 여러가지 정보를 수집하였다. 

 

일단, 치질에 대한 공부를 다시하고, 근본적인 치료는 결국 외과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어떤 수술방법을 택해야 할것인가에 대한 공부를 하였다. 그 결과 치질수술의 최고의 방법은 숙련된 외과전문의가 항문상태를 직접보고 그 근본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치질수술법중에 PPH(원형 자동봉합기)수술이라는게 있다. 이 수술은 약 30년전 유럽에서 개발된 것인데 치질수술후 생기는 통증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고안되었다. 쉽게 이야기하면 늘어진 하부 직장의 일부를 원형으로 잘라내고 위 아래를 다시 붙이는 것이다. 이 수술을 받으면 입원할 필요도 없고, 통증도 거의 없다. 그런데 문제는 치핵을 근본적으로 없애는게 아니라 치핵부위를 땡겨올리는 것이니 치핵은 계속 살아있는 것이고 재발을 잘 한다는 것, 그리고 여러가지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관련 정보는 구글링을 몇번 해보면 바로 알 수 있으니 검색해보시기 바란다.

 

결정적으로 내가 개인적으로 아는 외과선생님의 의견은 PPH에 부정적이었다. 치질 수술은 숙련된 외과전문의가 한땀 한땀 치핵을 근치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항문의 구조적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게 최고라고 하였다. 그래서 우리 동네의 여러 외과를 검색해본뒤 가장 경험이 풍부하고 술기가 좋은 몇 분을 선택한 뒤 내원하고 상담과 검사를 한 뒤 수술날짜를 잡게 되었다. 그곳이 바로 진주 항외과의원이다.

 

진주 항외과 조영현 원장님, 감사합니다!

 

일단 수술 날짜를 잡고, 그날 병원에 가서 항문경으로 항문상태를 관찰하였다. 항문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군데 군데 푹 패여서 피가 고여있고 항문근육이 경직되고 좁아진 상태다. 그리고 피부꼬리가 3개가 붙어있어 대변의 흐름을 막고 있었다. 항문경으로 표면을 보고, 항문내압검사를 진행하였다. 이 항문내압검사가 중요한게 대장하부의 기능적 이상을 파악할 수 있고, 항문괄약근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를 체크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검사다.

 

약 1시간정도의 살짝 고통스런 검사를 하고 난뒤, 재차 혈액검사를 진행하였다. 간수치나 신장기능에 이상이 없는지를 봐야한다. 그리고 수술중 이상반응을 걸러내기 위한 심전도 검사도 한 5분 진행하였다. 결국 성공적인 수술을 위해서는 이 사전 검사가 정말 중요하다.

 

 

드디어, D-day!

 

아침 10시까지 입원에 필요한 물품을 챙겨 입원수속을 진행하였다. 속옷까지 다 벗고 환자복을 갈아입은뒤 링거줄을 연결하니 비로소 실감이 난다. 이때까지도 ' 괜히 수술한다고 했나? 좀더 참아볼걸..'하는 헛된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몇년을 고생하고 드디어 수술을 하기로 한 이상 돌아보지 말고, 과감하게 직진이다!

 

치질수술은 하반신 척추마취를 한다. 척추마취를 할때는 최대한 등을 새우처럼 구부려 주사바늘이 잘 들어가도록 해야한다. 머리카락보다 얇은 척추마취주사를 놓을때 살짝 따끔한 정도였다. 이후 왼쪽발부터 마취액이 퍼져나가는 것을 느끼는데 마취액이 중력에 의해 확산되며 따뜻한 느낌이 난다. 이렇게 한 20분정도 누워있으며 하반신에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고 그 어떤 촉각도 느껴지지 않게 된다. 

 

그리고는 다시 돌아누워 수술이 시작된다. 항문이 위로 자동으로 올라가는 전용수술대가 있어 그렇게 불편한 부분은 없었다. 마치 동남아 고급 스파에서 스파를 받는 느낌이었다. 

 

'삭삭-석션하는소리- 메스가 내 살을 베어내는 각종소리만 들릴뿐 사방은 고요하다.' 이렇게 척추마취를 해놓고 하면 통증은 전혀 없다. 정말 마취의 힘은 대단하다!

 

나는 만성치열때문에 생긴 치핵과 피부꼬리를 진행하였고, 항문괄약근의 일부를 절제해서 항문입구를 넓히는 항문확장술도 같이 시행하였다. 이렇게 하면 앞으로 배변에 전혀 문제가 없고 나는 다시 자유를 되찾는 것이다. 수술은 약 40분정도 소요되었고 아주 잠깐 딴생각하다보니 어느덧 수술은 끝나있었다.

 

그리고 침대에 누운채로 바로 병실로 이동. 이때부터 정말 중요한 부분이 나온다. 

 

절대 고개를 들지 말것! 만약 고개를 들거나 일어서면 뇌척수액이 주사공간으로 새어나와 극심한 두통에 시달릴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무조건 다 그렇다는 건 아니고, 그럴 확률이 커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술뒤 약 5시간정도는 침대에 계속 누워 안정을 취하였다. 

 

보통 링거액과 무통주사액을 같이 놓기 때문에 병원에 입원해있을때는 전혀 통증이 없다고 생각하시면 된다. 퇴원이후에 비로소 통증이 느껴진다. 그러나 이때도 진통제와 항생제를 처방해주고, 틈틈이 따뜻한 물로 좌욕하면 그렇게 통증이 심하지는 않다. 내 경우도 약먹고 좌욕하니 퇴원이후에도 그렇게 큰 통증은 없었다. 

 

퇴원하고 나는 바로 약국으로 출근하였다. 먹고 살아야하니 어쩔 수 없다. 병원에서 퇴원할때 이것저것 챙겨주는데 거즈를 한통준다. 거즈를 왜 줄까? 했는데 이 거즈를 항문에 계속 끼우고 살아야한다. 하루에도 몇번씩 핏물과 진물이 나오는데 거즈를 붙여서 계속 흡수시켜줘야한다. 거즈는 보통 2주정도 계속 붙여놔야하고 피가 안나면 떼도 된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내 똥꼬에는 하얀색 거즈가 끼워져 있다. 

 


 

사실, 수술은 치질치료의 첫걸음이다. 퇴원후가 더! 중요하다.

 

● 하루에 2~3회정도는 따뜻한 물( 약 38~40도)로 5분정도 좌욕을 해야한다.

 

좌욕을 해야 항문괄약근도 좀 풀어지고 수술상처부위가 깨끗해져 더 빨리 치유가 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통증이 줄어든다. 항문부근의 혈류가 좋아져서 염증물질이 더 빨리 배출되고 붓기도 빠지기 때문이다. 특히 배변후 좌욕은 필수다! 비데를 이용하거나 샤워기를 이용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좌욕기를 이용해서 푹 담구는게 최고다.

 

● 섬유질 섭취를 늘려서 변을 많이 만들어내어야한다.

 

항외과에서 차전자피 제품을 한 통 줘서 계속 하루 2번씩 먹고 있다. 물을 많이 마셔야 그것들이 장속에서 부풀어오르면서 장운동이 자극되고 배변반사가 잘 된다. 

 

● 수술후 1주일정도는 그냥 배변하면 굉장히 아프기 때문에 글리세린 관장을 하는게 좋다.

 

글리세린 관장기는 병원에서 하나 받아왔다. 약 30ml정도를 고무튜브를 이용해서 왼쪽으로 누운상태로 항문에 넣어주고 3~4분 참으면 더 이상 참을 수 없을때가 온다. 이때 배변을 하면, 변이 미끌미끌하게 잘 빠져나오고 통증이 훨씬 덜하다. 배변후 좌욕은 꼭 해야한다. 그럼 통증이 바로 사그러든다. 나도 관장은 사실 처음이라 좀 생소했는데, 이게 또 하다보니 익숙해졌다. 

 

●수술후 감염을 막기위해 약을 잘 챙겨먹어야한다.

 

치질수술후 자주 쓰는 약은 감염을 막아주는 항생제와 소염진통제, 변을 물렁물렁하게 해주는 마그밀정도이다. 여기에 정맥을 튼튼하게 해주는 약을 추가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 수술 뒤 2~3번정도는 외래 진료를 해야하기 때문에 시간 여유가 있을때 수술을 받는게 낫다. 약은 약 2주정도를 복용한다. 

 

좌변기에 딱 맞는 좌욕기

 


 

이렇게 한달 정도가 지나면 거의 상태는 좋아질 것이다. 의사선생님의 말로는 상처가 완전히 아물고 튼튼한 새조직으로 변화하는데는 약 3개월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물론 나를 괴롭게 했던 통증과 출혈은, 수술후 약 2주일정도면 없어질 것이다. 

 

지금 나는 약을 부지런히 먹고 있으며, 하루에 좌욕도 3번은 하고 있다. 그리고 항문에 압력이 가해지는 여러가지 운동이나 자세를 최대한 피하고 있다. 그리고 변비를 유발하는 밀가루음식이나 육식은 피하고섬유질 섭취와 유산균, 피부조직 재생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C와 콜라겐을 같이 섭취하고 있다. 왜 진작 수술을 받지 않았나? 후회될 정도로 경과가 좋다. 역시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치질이라면 경험있는 의사선생님의 훌륭한 처치가 치질치료의 첩경임을 깨닫게 되었다. 

 

치질수술은 우리나라에서 행해지는  수술 중 1~2위를 다툰다. 1년에 2만건이 넘으며 겨울철에 특히 수술을 가장 많이 한다. 직립보행을 하는 호모사피엔스의 숙명과도 같은 이 치질때문에 고민이 있으시다면, 내 포스팅을 한번 찬찬히 읽어보시고 좋은 생활습관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과적인 수술도 좋은 해결 방안이 될 수 있으니 각자 사시는 곳에 경험이 풍부하고 좋은 술기를 보유한 외과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아보시기 바란다. 내 글이 그런분들의 선택에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아.. 빨리 거즈 갈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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